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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몰랐는데 빵을 구우면 구울 수록 감이 생겨요. 그래서 반죽을 하고 틀에 넣을 때 빵이 잘 될지 안될지가 이미 느껴져요. 물론 느낌이 매번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이날의 예감 역시 맞았네요.

 요즘 초코빵에 이어서 키토제닉을 시작하기 전에 그렇게 좋다고 소문난 밀싹 파우더를 처리하고자 베이킹을 시작했어요. 사실, 밀싹 파우더는 먹어본 적은 없고 해독에도 좋고 아무래도 보리싹이다 보니 영양가가 풍부할 거란 생각에 무조건 사두었던 제품이었거든요.

호기롭게 초코빵에 카카오파우더를 넣었으니 밀싹을 넣어보자며 베이킹을 시작했어요.

굽고나서 5분이 지난 상태

 가루류를 다 넣고 느낌이 왔어요. 너무 묽구나라는 느낌적 느낌.

반죽을 틀에 부으면서 확신했죠. 너무 묽다.. 심하게 묽구나. 그냥 떡이 되어 나올지도 모르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급하게 아몬드가루를 첨가해서 저어주고 오븐에 구웠어요.

초코빵을 만들 때 보다 10분 정도는 더 구워야 했어요. 반죽에 수분이 많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늘 제가 주로 애용하는 오가닉 트래디션스 제품 사용했고요. 여기서 나오는 라인은 정말 많이 사 먹어 봤는데 실패한 적이 없어요. 이건 돈 주고 제가 매번 사 먹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이번에 카카오 닙스를 또 구매했어요.

밀싹 파우더를 넣은 빵 반죽이 오븐에서 구워질 때는 아주 봉긋하고 예쁘게 부풀어 올라서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보송보송 너무 예뻤어요.

그렇게 다 구워지고 난 빵을 꺼내면서 뿌듯~뿌듯했죠. 빵 구울 때도 냄새가 너무 너무 좋았거든요.

야밤에 맡는 빵 냄새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빵 구워지는 냄새는 행복감을 주더라고요. 빵집 앞을 지나면서 느꼈던 맛있겠다 라는 생각보다 따뜻한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할까요? 빵 구워지는 냄새가 너무 좋아서 베이킹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까요.

하지만, 빵은 상온에 나온 지 5분 후에 윗면이 바로 납작해졌어요. 부풀었던 반죽이 다 꺼져버렸어요.

원인은 우선 묽은 반죽이라고 생각되고요. 계란이나 팽창제로 부푼 반죽을 지지해줄 뼈대가 필요한데 그 지지층이 부실했다고 보여요.

맛은 어땠냐면요. 생각보다 맛있어서 결국 다 먹었어요.

처음에는 밀싹 향 때문에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진하고 고소한 맛이 정말 특이했어요. 그런 맛의 빵을 먹어본 적은 없었거든요.

그리고 하나 장점은 저 밀싹 파우더를 방탄으로 아몬드 우유에 타서 마셔 본 적이 두 번 있는데, 두 번 모두 마시고 난 후 밀싹 향이 올라와서 별로였거든요. 그래서 이 파우더를 먹지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었어요.

하지만 빵으로 만들어 보니 먹을 때 향은 나지만 소화적인 면에서는 부대끼는 게 전혀 없었고요. 고소하고 진한 맛이 정말 좋았어요.

실패 없이 좋은 레시피를 얻을 수 없겠죠. 밤에 구웠기 때문에 속이 잘 익었는지 정도의 맛만 보고 다음날 아침에 다 먹었어요. 다시 구워야겠지만 또 실패할까 봐 걱정은 좀 되네요.

밀싹 파우더를 다 쓸 때쯤 되면 맛있는 빵이 나오겠지라는 기대와 함께 오늘도 다시 빵 굽기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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